[INTERVIEW] Interview with saio_comics, Monochrome Comics For A Variety of Feelings

MARCH 9, 2020

By Ungyu Yeo





안녕하세요, 최성민 (saio_comics) 작가님. 먼저 자기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출판 만화에 대한 애정을 기초로 하여 만화와 그림을 그립니다. 주로 만화를 만들며 망점을 이용한 흑백 작업을 선호합니다. 대표 작품은 30대 여성의 잔잔한 마음의 파동을 담은 단편 만화 <완벽한 순간을 위한 여행>SF 일러스트 연작 <구형 로봇 팬지>가 있습니다.

 

그림체가 굉장히 독특하신데요. 어떤 형태의 그림체를 추구하시는 건가요?

 

출판 만화의 향수를 자극하는 그림체를 추구한다는 맥락 안에서 내 성격에 맞는 표현 방법을 구사하려고 노력합니다. 성격에 맞는 표현 방법이란 예를 들어, 집요하고 완벽주의인 동시에 마음이 급하고 직관적인 성격이기에 편안하게 다룰 수 있는 선과 면 등의 표현 방식을 취한다는 것인데, 많은 일이 그렇듯 작업 또한 나에 대해 알아가고 인정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보편적으로 아름답다고 여기는 소재보다는 내면의 갈등, 거칠게 테이핑되어 쌓여있는 택배 박스나 완공되지 않은 아파트 단지 같은 것에서 흥미를 느끼므로, 선택하게 되는 소재의 생경한 조합 때문에 독특해 보이는 것 같습니다.

 

Comic book artist라고 스스로를 정의하시던데, 특별히 영향 받은 아티스트가 있나요?

 

존경하는 다수의 만화가에게 영향을 받았습니다. 지금의 제 작업에서 그 영향이 뚜렷이 나타나는 분들은 만화가 타카하시 루미코, 모로호시 다이지로, 카미조 아츠시 선생님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타카하시 루미코의 서사의 짜임새와 유머,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기괴한 발상, 카미조 아츠시의 세련됨에 지금까지도 큰 감명을 받곤 합니다.





대부분 흑백으로만 작업하시는 거 같은데요. 이유가 있나요?

 

이미지 면에서 80-90년대 흑백 출판 만화의 작법을 구현하려고 노력합니다. 훌륭한 만화가들의 흑백 작화를 보며 자라왔기 때문인지 창작물을 감상하고 소비하는 입장일 때도 컬러보다는 모노톤으로 해석된 미감에 감응하는 편입니다. 흑과 백의 단촐한 요소로 다채로운 감정과 상황을 함축적이면서도 풍부하게 전달하는 것은 늘 매력적인 도전 과제입니다.

 

가끔씩 수작업하시는 영상을 공개하시던데요. 아날로그적인 방식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요?

 

엄밀히 말하자면 펜 선은 아날로그, 망점은 디지털 작업으로 두 가지를 섞어 사용합니다. 아날로그의 장점이라기보다 개인적으로 그것을 선호하는 이유는 펜촉에 잉크를 찍어 종이에 선을 긋는 마찰감과 잉크가 종이에 스밀 때 생기는 변수를 즐긴다는 것입니다. 만화용 펜촉은 무척 예민한 도구라 사용하는 사람의 성향을 잘 드러내므로 사람에 따라 선의 성격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단점은 단축키가 없다는 것. 캔버스 크기의 한계와 줌 아웃을 할 수 없다는 것. 편집이 어렵고 기동성이 좋지 않다는 점입니다.

 

수작업과 디지털 작업을 굳이 거칠게 구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창작을 위한 각기 다른 툴이라는 측면에서 앞으로 내 작업에 어울리는 툴을 적절히 조합하여 기법을 고안해나갈 생각입니다.


 

단편 만화들은 주로 작가님 본인 이야기를 담으신 건가요?

 

모든 이야기에는 제가 경험한 상황과 감정이 반영됩니다만 이야기에 따라 제가 실제로 경험한 상황과 픽션의 비율은 매번 다릅니다. 어느 날 썼던 일기에 약간의 변주만을 준 만화부터 앓고 있는 만성 비염이라는 소재로 실제 경험하지 않은 상황을 전개해나가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받아 온 미술 관련 교육에 관해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어릴 때부터 만화책을 교재삼아 그림 연습을 했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한국화 실기 준비를 하게 되어 첫 대학은 한국화과에 진학했습니다. 1년 재학하다 만화와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아서 휴학하고 미대입시학원에서 다시 입시 준비를 해 애니메이션과(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애니메이션과)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다녔던 애니메이션과의 커리큘럼은 지금 생각해도 불만스러운 부분이 많네요. 실력 좋은 학우들과 지내면서 작업에 대한 고민을 나눴던 것이 대학에서 얻은 가장 실질적인 배움이었습니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은 학교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서 나를 판단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다닌 학교는 예술가 성향이 짙은 바람에 상업적 성향이 짙고 또 그 방면에 재능 있는 친구들이 자기 작업에 자부심을 갖기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저도 수업시간에 주로 보여주던 <아버지와 딸> 등 유럽 단편 애니메이션보다는 대중 만화를 더 좋아했기 때문에 학교 다니면서 내적 갈등이 심했고요. 각자가 개성 있는 작가로 성장하여 졸업 후 필드에서 자기 작업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실질적인 교육 방침이 부재했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그림 관련 일을 함에 있어 미대를 진학하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미대에 진학해서 졸업한 인생밖에 안 살아봤기 때문에 조심스럽습니다만, 그림 관련 일은 내 작업을 통해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대학의 이름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는 미대를 진학하지 않은 훌륭한 작가 분들이 많습니다.

 

그림 관련 일을 함에 있어 미대 진학이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진학을 바라는 분이 있다면 단순히 이름 있는 대학을 선택하기 보다는 커리큘럼을 잘 따져보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대학을 선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린 시절엔 어떤 아이였나요?

 

만화책 보고 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어울려 노는 걸 좋아하는 외향적인 면도 있고, 혼자 엉뚱한 생각을 하거나 센치해지곤 하는 내향적인 면도 있는 아이였습니다.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고 상대방 기분 캐치하는 걸 잘하는 편이었습니다.






인스타그램 계정(saio_comics) 이름이 독특한데 의미가 담겨 있는 건가요?

 

인스타그램에 가입한 것은 2013년인데 그땐 그림을 올릴 생각으로 만든 게 아니라서 당시 거주지 동호수인 @425_101로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그림을 올리게 된 이후로도 한참을 그대로 사용했는데 숫자로 된 이름이다보니 다른 사람에게 인지가 안 되더라고요. 뭐로 바꿀까 고민하다가 425를 발음대로 바꿔 지금의 SAIO_COMICS가 된 것입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가 평소 우리가 접하는 예술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큰 비용 없이도 내 작업을 홍보하고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동시에 많은 작품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성도 높아졌죠. 반면 소셜 미디어에서 제공하는 인터페이스 안에서 작업을 보여주기 때문에 가령 페이지 만화나 프레임 비율이 다른 작업 같은 경우 쾌적한 감상이 어렵다는 점이 있습니다.

 

인터넷이라는 물리적 경계 없는 공간에서 많은 작가들의 작업이 공유되기 때문에 영향도 국적 같은 경계를 넘어 주고받는 것 같습니다.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은 협업을 통해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가 하면, 너무 쉽게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도용하거나 비슷한 작업들이 많아지고 있는 듯해서 한없이 넓어졌지만 다양성은 줄어들고 있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 일러스트나 디자인 업계에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을 텐데요. 대표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페이가 터무니없이 적거나 입금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거나 온라인에 노출된 다른 사람의 작업을 너무 쉽게 도용하고 상업화한다는 점입니다.

 

한국 그림 작가들이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저도 잘 모르지만 SNS로 인해 자기 홍보의 범위가 넓어진 것만은 사실입니다. 주변 작가 분들을 보면 개인 SNS를 통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다양한 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딱히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작업을 올리지 않아도 작업을 꾸준히 업로드하다 보면 포트폴리오가 쌓이면서 작품이 성장하다보니 좋은 기회가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작가들이 SNS를 열심히 한다고 해서 일이 많이 들어오는 건 아니지만요. 이것은 작업의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닙니다.





스타와 장인 중 자신의 미래를 고를 수 있다면?

 

장인은 내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미래라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스타는 노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시대 동향과 타이밍이 내 작업과 맞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내 만화가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으면 좋겠지요.

 

한번 그런 인생을 살아보고 싶기도 합니다만, 왜 이 질문에 답변할 때 스타를 고른다고 생각하면 두려운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네요. 만일 내가 스타가 된다면 성격상 많은 관심의 압력을 견디며 나 자신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장인이지 않은 스타이고 싶지 않습니다. 펜을 들 수 있을 때까지 나를 잃지 않고 만화와 그림을 그리는 것이 미래에 대한 바람입니다.

 

가끔씩 제작하시는 굿즈들 판매 상황은 어떠신가요?

 

대체로 소량 제작, 기간한정 판매를 하기 때문에 많은 수익을 올리지는 못합니다. 애초에 수익이 목적이라기보다는 그림 및 만화 작업을 하면서 내가 갖고 싶은 굿즈가 떠오르면 자체 제작을 하거나 좋은 제안이 들어올 때에 맞춰 제작 판매합니다.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시간과 공간, 방법이 있다면요?

 

저는 크리스천으로 가능한 매일 성경을 읽는데요. 성경 묵상으로 갖게 되는 질문이나 인사이트가 작업 전반에 큰 도움이 됩니다. 작화를 할 때는 유튜브나 팟캐스트를 켜두는데 관심 분야의 강의 및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음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곤 합니다.

 

한 편의 만화를 마치고 다음 작업을 위한 새로운 인풋이 필요한 시간에는 만화책과 소설을 읽습니다. 별도의 작업실보다는 집에서 집중하는 습관이 들어있어서 주로 집에 있지만,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때는 긴 산책을 하거나 버스를 타고 창밖을 보며 어딘가로 이동하는 시간을 갖는 게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아트텀스 매거진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인터뷰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만화와 그림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성실하게 작업해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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