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QUE] JooLee Kang: Ask the Evolution of Life to nature as Chaos

JULY 6, 2020
By Ungyu Yeo



Twisted Nature #3, pen on canvas, 2017

카오스로서의 자연에게 생명의 진화를 묻다

카오스, 자연, 생명

생명이란 무엇일까? 먹고 마시고 호흡하는 유기체인 생명은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생존하며 무엇으로 진화해 가는가? 생명은 곧 물질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가? 생명을 규명할 수 있는 법칙이란 존재하는가강주리 작가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이 질문들을 카오스(chaos)로서의 자연에 대한 이미지를 통해 소환한다. 작가가 드로잉한 자연은 무작위로 선택되어 혼란스럽게 뒤엉켜 있다. 그 이미지들은 예컨대 꽃잎, 물고기, 거북, 이구아나, 돼지, , 가지 등 일정한 패턴을 지닌 자연으로서 과거의 세포들 속에 저장된 기억을 DNA에 전달하고 지속시켜온 생명들이다. 작가가 긴 시간 펜으로 혹은 연필로 섬세하게 그리는 노동집약적 작업 속에서 탄생한 자연이란 일종의 거대한 무질서의 블랙홀(black hole)과 같은 이미지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카오스의 어원은 그리스어 ‘khaos’이며 이 말은 크게 벌린 입을 뜻한다. 즉 무엇이든 삼켜 버리는 우주의 거대한 구멍인 블랙홀을 의미하는 카오스는 정돈된 우주의 질서인 코스모스 이전의 상태로서 무질서, 혼돈, 무한의 세계를 상징한다. 그런데 왜 작가는 생명을 카오스의 이미지로 바라본 것일까? 작가의 펜 끝에서 창조된 카오스로서의 자연은 원초적이고 무한한 에너지 덩어리로 표출될 뿐 어떠한 감정도 배제되어 있다. 말 그대로 그의 드로잉은 생명이 잉태한 다양한 자연의 양태를 늘어놓은 것이며 정상이든 비정상이든 그 생명들은 우주의 탄생이래로 전개되어온 진화의 과정 속에 놓여있음을 전한다. 그가 말하는 카오스의 자연은 시작도 끝도 없이 펼쳐지는 무한한 푸가의 연주처럼 증식하고 집합되는 존재이다.



Pattern of Life #7 & The Collection, pen on paper, inkjet print, Suwon Ipark Museum Of Art, 2018


작가가 붙인 전시의 타이틀인 살아남기: 증식과 집합 To Survive: Multiplication and Aggregation’에서 알 수 있듯이, 강주리의 작업에서 카오스는 코스모스 즉 조화로운 우주 생성의 이전 단계로서 존재했던 혼돈 상태의 우주를 말한다기보다 생명 자체의 특성으로서의 비결정성 즉 결정되지 않은 형질, 진행 중인 물질의 운동, 출렁이고 동요하는 동사로서의 생명들이 이루는 생태계를 가리키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작가가 천착해온 주제의식 즉 생명이 살아남기 위해 필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생태환경에 대한 변화와 생명체의 변이 및 진화자체에 대한 관심은 그로 하여금 인간과 자연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고 드로잉과 혼합적 설치를 통해 우리의 가능성과 존엄성에 대한 이해와 고찰로 나아가게 했으리라. 따라서 작가가 던지는 질문은 명료하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체의 진화는 현재 인위적인 것 혹은 자연스러운 것인가? 생존하기 위해 증식과 집합을 반복하는 물질로서의 자연-카오스에 대한 물음은 사실 생명의 본질과 진화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To Survive, pen on paper, inkjet print, installation, Bongsan Cultural Center, 2020


가이아로서의 지구

고대로부터 자연은 인간과 더불어 신의 호흡을 서로 나누어왔다. 플라톤의 <티마이오스>에 나오는 우주만 보아도 지구는 혼과 지성을 가진 생명체이며 신이 잉태한 살아있는 존재이다. 그러나 신(영혼)이 우주 만물에 깃들어 있다는 물활론 사상은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로 점차 배척되었다. 17세기에 이르러, 기독교에 바탕을 둔 근대 합리주의 철학은 인간만이 유일하게 신이 부여한 지성을 가진 존재이며 인간을 제외한 자연은 기계처럼 작동하는 물질이라는 기계론적 세계관을 제시한다. 데카르트가 확신을 주었듯이 영혼 없는 동물은 살아 있는 채로 실험실의 판에 못 박는다 해도 문제될 것은 없었다. 일찍이 그리스 철학자들이 언급했듯이, 그 자체가 스스로 생성하는 힘을 가진 피시스(physis)로서의 자연은 인간 이성을 중심으로 세계질서를 구축한 계몽주의 이후로는 기껏 인류의 진보를 위해 탐구되어야 할 수단이나 재료 혹은 부품(하이데거)에 불과한 것으로 취급되어온 것이다. 자연은 그러나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며 스스로 자신을 생성하고 조직하는 존재라는 것임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 의하면, 생명은 만물의 얼어붙은 순결을 비 스럽게 휘젓는 열정이며,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관능적 불결함이며, 어떻게 생겨나고 만들어지는지도 확실치 않은 불순물과 이산화탄소 가스를 내보내는 호흡”(토마스 만)이며, 따라서 지구는 열과 무질서를 우주 공간으로 배출함으로써 우리의 대기를 화학반응성이 높으면서도 질서 있게 만들”(린 마굴리스) 수 있는 살아있는 어머니 여신 즉 가이아’(제임스 러브록)라고 불러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To Survive, pen on paper, inkjet print, installation, Bongsan Cultural Center, 2020


피시스에 대한 형이상학(metaphysics)으로서의 작업

생명 자신이 스스로를 조직하는 힘, 즉 자기(auto)와 제작(poien)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아우토포이에시스(autopoiesis)’로서의 피시스라는 개념은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강주리의 작업에 적용될 수 있다. 자기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물질대사를 하는 유기체로서의 생명이 오늘날 자연을 인간의 필요에 따라 강제적으로 생산하거나 변형시키는 과정에서 생존하기 위해 스스로를 환경에 맞추어 온 결과가 그의 작업에 드러난 생명의 실체이다. 유전자 변형된 생태계, 멸종위기의 동식물, 돌연변이, 유기견/, 로드킬의 현장 등 다양한 현대 사회 속 생태계 모습은 작가의 작업의 소재가 되었던 자연사박물관이나 과학 잡지, 뉴스, 인터넷뿐 아니라 동시대의 생태예술들에서도 왕왕 등장한다. 예를 들면, 미국 작가 브랜든 밸는지(Brandon Ballengée)의 작업 <말램프(Malamp)>1995년 미국의 미네소타 주에서 발견된 대규모의 기형 양서류에 충격을 받아 제작한 사진 및 설치 작업한 것이다. 정상치를 넘는 비료의 사용은 다리가 대여섯 달리거나 눈알이 한 개 뿐이거나 몸통의 구조를 심하게 왜곡시킨 돌연변이 개구리들을 낳았다. 마찬가지로 강주리의 작업에서 우리는 인간이 만든 자연의 기형물을 보게 된다. 작가의 말처럼 이러한 생태계의 사건들은 우리 시대의 인간과 자연의 관계, 바로 자연을 대상화하고 지배해온 인간의 야만성을 드러낸다. 그런데 작가는 결코 이러한 사실들은 비판하거나 혹은 강조함으로써 어떤 교훈이나 반성을 강요하지 않는다.



To Survive, pen on paper, inkjet print, installation, Bongsan Cultural Center, 2020


생명체를 그린 작은 드로잉들, 그것을 수십 번 스캔하여 조작하고, 반복적으로 프린트하고, 오리고 붙여서 공간에 펼친 강주리의 설치 작업 <Chaos>는 그 조형적 아름다움 때문에 오히려 이들 돌연변이 생명들에 이끌린다. 이것들이 끔찍하지만 역설적으로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환경에 대응하면서 자기조직화 하는 생명들의 생존 욕구 자체가 아름다운 본능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엄 히 말해서, 미래의 생명으로의 진화는 바로 지금 생명 스스로의 결단과 창조에 달려있다. ‘증식과 집합으로서의 생명 운동이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형상화 될 것인가? 그것은 인간과 자연의 공생관계를 인식하느냐의 차원에서 드러날 것이다. 강주리의 카오스는 우리에게 그 관계의 물음을 던지는 형이상학적(metaphysics) 자연에 대한 그림이라고 하겠다.

미술평론가 유현주


Education


2011 MFA Tufts University - School of the Museum of Fine Arts, Boston, MA, USA

2006 BFA Duksung Women’s University, Seoul, Korea


Selected Solo Exhibitions

2020 Cultivated, Gallery NAGA, Boston, MA, USA

2019 Turn Blue, Research & Art Gallery, KAIST College of Business, Seoul, Korea

2018 The Desire to be Desired, Gallery Chosun, Seoul, Korea

2018 Twisted Nature, 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Ansan, Korea

2018 Blue on Blue, Centro Cultural Coreano en Espana, Madrid, Spain

2017 Experimental Stage, Chengju Art Studio, Cheongju, Korea

2017 VictoriANimals, Gallery NAGA, Boston, MA, USA

2015 Nature, Fathomable., The Gallery at Penn College, PCT, Williamsport, PA, USA

2014 Unnaturally Beautiful, Museum of Art, University of New Hampshire, Durham, NH, USA

2014 Troubled Paradise, Gallery NAGA, Boston, MA, USA

2012 Joo Lee Kang, Foster Gallery, Noble and Greenough School, Dedham, MA, USA


Selected Group Exhibitions & Projects

2020 To Survive, Bongsan Cultural Center, Daegu, Korea

2019 Sulwha Cultural Exhibition: Micro-Sense, House of Pattern, Amorepacific H.Q., Seoul, Korea

2019 The Old Time and New Space, Eunam Museum of Art, Gwangju, Korea

2019 Avant Gardens, Newport Art Museum, RI, USA

2019 For:Rest, Art Museum VERSI, Yongin, Korea

2018 Beyond Border, Korea Manhwa Museum, Bucheon, Korea

2018 In Lonesome Silence and Heavy Sea Mist, Gyeonggi Creation Center, Ansan, Korea

2018 A Bizarre Scene, Seongbuk Art Center, Seoul, Korea

2018 Of Nature, Suwon Ipark Museum of Art, Suwon, Korea

2018 Blue on Blue, Transit Gallery, Harvard Medical School, Boston, MA, USA

2018 Fantastical, Political, Fitchburg Art Museum, Fitchburg, MA, USA

2018 Indexical Symbol, JCC Art Center & Art Space IAa, Seoul & Jeju, Korea

2017 Arena, Taipei Fine Arts Museum, Taipei, Taiwan

2017 Memory and Dream, DMZ Camp Greaves, Paju, Korea

2017 More & More, Shin Museum of Art, Cheongju, Korea

2016 Hello, My Friend, Arko Art Center, Seoul, Korea

2016 POSCO The Great Artist, POSCO Art Museum, Seoul, Korea

2016 Art Busan International Art Fair 2016: Special Exhibition, The Celebrity, BEXCO, Busan, Korea

2015 19th No Dead Artists, Jonathan Ferrara Gallery, New Orleans, LA, USA

2015 Nature, Askew, Suffolk University Gallery, Boston, MA, USA

2013 Pedigree, New Art Center, Newton, MA, USA

2013 Off the Wall, Danforth Art Museum, Framingham, MA, USA

2012 Approaching Volume, Gallery NAGA, Boston, MA, USA

Selected Residencies, Grants, & Awards

2019 Suwon Cultural Foundation Artist Grant recipient, Korea

2018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Artist Grant recipient, Korea

2018 Artist-in-Residence, Gyeonggi Creation Center, Gyeonggi-do, Korea

2017 Artist-in-Residence, Cheongju Art Studio, Cheongju, Korea

2015 Artist-in-Residence, Willapa Bay AiR, Oysterville, WA, USA

2014 Artist-in-Residence, Inside-Out Art Museum, Beijing, China

2013 SMFA Traveling Fellowship recipient, USA

2012 St. Botolph Club Emerging Artist Award recipient, USA

2012 Massachusetts Cultural Council Award recipient in Drawing, USA

2011 Dana Pond Painting Award recipient, USA


Public Collections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Facebook Korea, Seoul, Korea

Miramar Shopping Centre, Tsim Sha Tsui, Hong Kong

Noble and Greenough School, Dedham, MA, USA

Tufts University, Medford, MA, USA


Featured Book Publications

2020 Ballpoint Art: Complexity from Simplicity, Sandu Publishing, Gingko Press Inc.

2016 Ballpoint Art by Trent Morse, Laurence King Publishing

2015 The Art of Ballpoint: Experimentation, Exploration and Techniques in Ink by Matt Rota, Rockport Publis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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