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Interview with the Totem painter, Lee Jun Won


February 29, 2021

By Ahyoung Lee



 


안녕하세요, 작가님. 독자 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원시적 에너지가 담긴 토테미즘적 존재자들을 즉흥적으로 그려내는토템시리즈 (Totem Series)’ 작가 이준원입니다.

 

작가님께서 즉흥적인 작업 방식에 대해서 일종의 소환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어떠한 상을 떠올리고 그것을 카피하지 않습니다. 오토마티즘(자동기술법) 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머릿속에 착상과 스케치 계획 등을 배제하고 즉흥적으로 그립니다. 캔버스 속 형상이 곧 태초 원본에 가깝죠.

캔버스를 바닥에 놓고 빙 빙 돌며 한 획씩 그려나가요. 작품의 위 아래 좌 우가 거의 없습니다. 사 면에서 봐도 힘이 느껴지도록 그립니다. 그리고 완성되면 상하좌우를 정하곤 합니다. 한 캔버스로 부족하면 캔버스를 더 덧대구요. 그래서 가끔 여러 개의 캔버스에 분할하여 완성된 작품들도 탄생합니다.



어디로부터 가장 많은 영감을 얻으시나요?


2차 세계대전 폭격기에 페인트로 그려지던 노즈아트(nose art), 고대 바바리안들의 워페인트(war paint) 등 죽음과 직면하는 것이 곧 업인 사람들이 남긴 얼룩 들에게서 강한 영감을 받곤 합니다. 그 외에 사상적으로는 리처드 도킨스, 진화 심리학이라는 학문과 엔트로피 이론, 칸트의 관념론, 불교 연기설 등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에서 토템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작가님께 의미하는토템이란 무엇일까요?

 

생의 유한함에 대한 인식, 두려움과 용기, 극복과 저항, 그리고 순응 등이 뒤섞이며 만들어진 존재자들. 그 원시적 에너지를 지닌 존재들이 만들어내는 풍경과 드라마. 그 치열하면서도 자명한 전장 속에 던져진 한 개체로서의 내가 남기는 워 페인트 (War Paint). 그러한 강렬한 얼룩들은 제게 토템(Totem)과도 같아 아주 거대하고 오래된 힘(Spiritual Force)을 주곤 합니다.

 

이렇듯 제게토템이란 생의 전장을 살아가는 존재자들이 서로 관계하며 뿜어내는 본원적인 에너지, 의지입니다.

 



작가님께서 즉흥적인 작업 방식에 대해서 ‘일종의 소환’ 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오토마티즘(자동기술법) 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머릿속에 착상과 스케치 계획 등을 배제하고 즉흥적으로 그립니다. 캔버스 속 형상이 곧 태초 원본에 가깝죠. 이러한 방식은 제 작품이 실존적 에너지를 갖는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캔버스를 바닥에 놓고 빙 빙 돌며 한 획씩 그려나가요





<토템 시리즈>에서 손과 발, 장기, 근육, 그리고 눈을 추상적으로 표현하시는데, 이 객체들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가요?

 

제 그림에서 자주 나타나는 객체들은 해체되고 새롭게 조합되며 새로운 의지와 방향성, 창조성을 표현합니다. 손과 발은 부여되어 끊을 수 없는 인간 특유의 의지(will)를 뜻합니다. 그리고 장기와 근육 줄기들은 제가 인체 내부의 구조물들을 인식하며 처음 죽음을 인식했던 자전적 기억을 이야기합니다. 또한 그것들은 일종의 물리적 시스템으로서의 인간에게 부여된 방향성 또한 내포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눈은 의지와 방향성(경향, 형질)을 부여받은 실존적 존재자들을 상징합니다.

 



강렬하고 원시적인 색을 사용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원색은 일종의 이데아입니다. 가장 빨강다운 빨강이 더 강합니다.

그런 원색들이 가진 강렬한 감정적 힘을 담고 싶습니다. 색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고유의 에너지를 내뿜을 수 있게만 배치해주면 그것은 최선의 배색이 됩니다. 물론 중간 색들도 그런 원색들을 보조하는 용도로 쓰곤 합니다. 하지만 가능한 더 강한 무기를 꺼내 들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이 생깁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콕핏 Cockpit 이라는 2017년 데뷔한 해에 그린 첫 100호 작품이 생각납니다.

그려 놓고 보니 내가 탑승하여 출격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제목을 조종석 콧핏이라 지었습니다. 그리고 이 감정은 토템 시리즈의 일부가 되었죠. 이 작품으로 첫 그룹전을 KMCA 미술관에서 가질 수 있었습니다. 거대한 공간에서 다른 작가들의 작품 사이에서 내 작품이 절대 주눅들지 않은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작가생활에 좀 더 확신을 갖고 임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미술관에서 1회 전시 후에 판매되어 지금은 용인 톤 카페 본사 로비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작가님께서 예술가의 길에 들어서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태어나서 처음 가진 꿈이 화가였습니다. 어릴 적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 자주 드나들고, 집에 굴러다니는 피카소 화집을 보며 당연히 저는 작가가 될 거라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미대 진학 후 현실에 치여 차선의 차선을 선택하는 삶이 이어졌습니다. 디자인, 광고 쪽 일을 하다가 작은 스타트업도 창업했었습니다. 하지만 내면의 목마름은 해결되지 않았고 다사다난한 도전들 끝에 용기를 내어 제 태초의 꿈으로 회귀했습니다.

 

만약 예술가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면, 어떤 길을 가셨을 거라 생각하세요?


IT기술을 이용한 사업들을 했었고, 조금 더 적성이 있었다면 그 길을 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인간이 창조다운 창조를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들에는 물론 예술이 있지만, 디지털과 온라인을 이용한 IT비즈니스는 일종의 개념 예술에 근접한 것들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중앙대학교 시각디자인 과를 졸업하셨는데, 그때의 작품/작업방식과 최근의 작품/작업방식과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그 시절에는 직접 촬영한 이미지들을 조합하여 콜라쥬 형태의 덩어리들을 만드는 작업을 간간히 했었습니다. 그리고 학교 건물을 통째로 이용한 참여형 예술도 했었습니다. 학교 건물 앞 풀밭에서 제가 작곡한 전자음악을 커다란 스피커로 틀고, 건물 안 학우들에게 음악에 맞춰 형광등을 자유롭게 껐다 켰다를 반복하라고 지시했었죠. 그날 여름 밤은 정말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되었죠.

하지만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예술, 그리고 나의 자전적인 살풀이도 되는 예술의 형태를 찾아 결국 원점인 페인팅으로 본격적인 작가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과거 미술가에게 고민이 없다면 그 작품은 예술이 아니라 기술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당시 어려움을 극복해낸 본인만의 방법을 공유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저에게 그림은 적절한 소통 도구이고, 예술은 사상의 부산물입니다. 예술은 제 철학적 고민과 사유의 시각 언어로의 표현, 제 삶의 태도에 대한 상징. 그런 것들입니다. 저는 애초에 그런 것들을 위해 예술을 하고 그림을 그립니다. 말로 표현하기엔 부족하거나, 도저히 안되겠기에 그림이라는 얼룩을 남기는 거죠.

노력이라면 산책을 하며 생각을 많이 하고, 제 생각들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노력을 이십 년 넘게해 왔습니다. 일기도 빠짐없이 써왔고요. 그리고 인문학, 철학, 고전에 관한 독서를 꾸준히 하며, 현대 기술과 금융에 항상 관심을 기울입니다.
본인 자신과 인생에 관심이 많고, 그 너머 세상에 무한한 관심을 갖는 사람이 갖는 직업이 예술가라 생각합니다.



타임 머신을 탈 수 있다면 가장 만나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으실까요? 있으시다면 이유는 무엇인가요?


잭슨 폴록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얼마나 술에 쩔고 괴팍한지 한번 보고 싶네요. 폴록 일대기 영화와 책들을 재미있게 봐서 인지 왠지 친근합니다.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26.7K 라는 어마어마한 팔로워를 보유하고 계시는데, 소셜미디어가 예술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있을까요?


전 세계에 나의 작품을 디지털과 온라인을 통해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어떤 온라인 해외 매체에 소개가 되며 최근에는 제 인스타그램에 해외 분들의 반응이 한국 분들보다 많아졌습니다. 무슨 이집트 궁정 카페트 제작자라던가 이런 분들이 불쑥 저한테 작품 좋다고 연락을 합니다. 그런 일들이 너무 재밌습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작품으로 소통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작가가 자신의 홍보를 스스로 할 수 있고, 관람자도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 시장에도 다양성과 활력을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업실에서 작업할 때 작가님만의 습관이 있으신가요?


제 작업은 심연에서 뭔가를 인양하는 듯한, 즉 몰입도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어둠 속에서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예 안보이면 그림을 그릴 수 없으니 어둠과 최대한 가까운 자색 조명만을 켜고 초반 작업을 하곤 합니다. 어둡지만 형상은 더 명료하게 보이는 장점이 있죠. 물론 중반 이후에 다양한 컬러를 쓰는 과정에선 밝은 곳에서 작업하지만요. 그리고 원시성을 끌어내기 위해 강한 비트의 음악을 무지하고 크게 틉니다.



다양한 국내외 갤러리/미술관에서도 활발히 활동 하셨는데, 앞으로 작가님의 작품을 전시하고 싶으신 갤러리/미술관이 있을까요?


언젠가는 제 어릴 적 꿈이 시작되었던 과천 현대미술관에 그림을 걸어보고 싶습니다.

 

그 동안 해외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으셨는데, 해외 진출을 하시면서 생긴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까요?


코로나로 인해 아트 콜라보레이션 제안이 종 종 들어옵니다. 영국의 디자이너 가구 회사와 콜라보하여 멋진 가구가 곧 나오는데요.. 비싸서 저도 구매할 수 없는 점은 조금 슬픕니다.


앞으로 대중들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나요?

 

작품에서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작가. 작품을 보고 있으면 자신만의 담론이 마구 떠오르게 만드는 작가. 생경한 감정적 경험을 주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2020년에도 활발히 활동하셨는데, 앞으로 작가님의 2021년의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올해에는 전시를 다소 줄이고 좀 더 작업에 집중하는 한 해를 보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한 두번의 개인전은 조율 중이니 꼭 작품 직접 감상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전시 소식은 제 인스타그램에서 접하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아트텀스 독자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 합니다.


팬데믹으로 전 인류가 생존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제 작업 또한 인류의 본원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힘든 시기이지만 제 작업을 통해 조금이라도 정적인 에너지를 받으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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