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QUE] 이선영: 배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배우자


December 1, 2021



작가든 이론가든 면제될 수 없는 과제가 글쓰기다. 쓰기와 읽기가 연동되는 것은 상식이다. 말이 말을 낳고 글이 글을 낳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쓰지만, 양자가 완전히 일치되는 것은 아니다. 쓰기에 대한 어려움이 더욱 느껴지는 요즈음, 읽기와 쓰기의 차이를 새삼스럽게 생각한다. 바쁜 일과 중 조각 시간이라도 활용해 보려고 무거운 노트북을 갖고 다니지만, 카페 같은데 앉아 몇 시간이고 평정하게 공부하는 사람들의 경지에 이르러 본 적은 없다. 기껏 인터넷이나 뒤적거리는 정도다. 자투리 시간 동안 뭐든 읽을 수는 있는데, 쓰기는 힘들다. 경험적으로 볼 때, 쓰기에는 예열과 맥락이 필요한데 그것이 당장 주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조각 시간을 활용하려는 야무진 꿈은 뜸만 들이다 흐름이 끊어지기 일쑤다. 공부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조차 통으로 주어진 시간을 갖기 힘든 점, 이러한 상황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 만성화되는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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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시대 수도원의 필사실에서 경전을 베껴 쓰는 수도승의 우울한 표정은 쓰기의 고통이 보편적임을 알려준다.



작업은 말할 것도 없다. 시간은 돈이라는 말도 있지만, 돈 없는 사람은 시간도 없다. 대체로 학창 시절에는 읽는 것으로, 현장에 나와서는 쓰는 것이 주가 된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무한히 연장된 ‘학창 시절’에 읽은 것들은 당장에 못 써먹어도 무의식 어딘가에 쟁여져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낳는다. 그러나 추후에라도 실제적인 작업을 위해서는 또 다른 과정이 필요하다. 한번 읽은 것도 다시 보고 또 보지 않으면 그것을 객관화하기는 힘들다. 애써 해놓은 메모도 각자의 맥락으로 샅샅이 흩어지기 마련이어서, 그것들을 단단히 매어두려면 지적 근육이 필요하다. 


읽기와 쓰기의 차이를 경제적 과정과 비교하면 잘 이해가 된다. 읽기는 소비이고 쓰기는 생산과 유사하다. 소비에서 생산의 단계로 가는데 자연스러움은 없다. 거기에는 도약과 비약이 요구되는 것이다. 돈을 쓰기보다 벌기가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아무리 많이 읽고 자료가 넘쳐나도 처음 한 줄을 시작할 때의 막막함은 여전하다.


긴 여정의 끝인 결론 도출의 순간 또한 마찬가지다. 교육이나 정보 활용의 단계에서는 공적이거나 사적인 투자가 많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쓰기를 위해서는? 읽기라는 잠재성이 쓰기라는 현실성이 되기 위한 주/객관적인 인프라는 많이 부족하다. SNS를 비롯해 인터넷을 무대로 글쓰기가 온전히 자기 것이라 생각하기는 힘들다. 물론 그런 것들이 모여 여론 형성 등의 역할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생산/소비의 맥락에서 생각해보자면, 교육이나 정보 관련 항목들은 누군가의 사업이다. 스마트하게 클릭만 하면, 또는 저축하듯이 꾸준히 자료를 모아 두면 목표가 이루어지리라는 기대는 소비자가 상품구매를 통해서 자신의 필요와 욕망이 충분히 만족될 것이라는 희망과 유사하다. 생산과 소비 사이에 엄존하는 경계를 넘어서 생산의 자리에 있는 이들에게 할 충전의 기회를, 소비만 하는 이들에게는 생산의 기회가 요구된다. 그러나 시스템은 개별적으로 충전한 에너지를 소비만 할 따름이다. 


단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죽어라 일만 하고 노는 사람은 놀기만 한다. 현장에 새로이 진입하는 이들에게는 무한대의 준비만 요구하고, 막상 현실에 임할 수 있을 때는 재투자 없이 소비만 하고 최대한 빨리 퇴출시킨다. 오랜 준비와 짧은 쓸모, 그것이야말로 모두를 착취하기 위한 시스템의 방식이다. 교육의 예를 들어보자. 역사는 아동기가 따로 없었던 근대 이전의 시기를 알려준다. 물론 지금도 저개발 국가에서는 교육과 보호가 이루어지는 아동기 없이 조혼, 아동 노동력 착취 등이 횡행하는 쓰라린 현실에 바로 내몰리기도 한다. 하지만 근 30줄이 되고도 사회진입을 위해 준비만 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 또한 잔인하다. 모든 것을 준비하고 출발할 만큼 인생이 길지는 않다. 진짜 필요를 위한 준비이기보다는, 준비를 위한 준비가 많은 현실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보험료를 너무 많이 부담시킨다. 소비와 생산의 연동, 즉 배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배우는 효율적인 문화 생태계가 필요하다.  



미술평론가 이선영



출전: 김달진 미술연구소 (Seoul Art 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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