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Interview with KUNYE, Depict The Nightscape

MAY 4, 2020

By Ungyu Yeo





안녕하세요, 작가님.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매일 밤 꿈속에서 펼쳐지는 달콤 쌉싸름한 상상들, 그 상상 속 다양한 색들을 모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KUNYE(김근예)입니다. 개인 그림 작업과 다양한 인쇄 매체에 필요한 일러스트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게  동기가 궁금해요.

 

엄마가 그림 그리는 것을 보고 자란 덕에 어렸을 때부터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 느낌, 상황들을 늘 낙서하듯 그려왔어요. 형체가 없는 감정들을 자유롭게 그림으로 표현하는 일은 언제나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놀이였어요. 그림 그리는 사람을 꿈꾸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그림이 저를 표현하는, 소중한 제 일부가 되었어요.




그림체가 동화 같아요. 어떤 형태의 그림체를 추구하시는 건가요?

 

깊은 밤 펼쳐지는 신비하고 기상천외한 꿈들, 그 꿈속에서 연결되는 다양한 상상들. 그곳을 여행하듯 다니며 만나는 낯선 설렘, 새롭고도 익숙한 대상들과의 대화를 통해 만들어지는 이야기들을 모아 표현하고 있어요.

 

작품들 전반적으로 보랏빛 색채가 눈에 띄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주로 작업을 늦은 밤에 진행하다 보니 고요한 노래의 잔상과 창문 너머로 보이는 밤하늘의 색들이 그림 속에 많이 반영이 되는 듯합니다. 또 그림으로 표현되는 꿈속의 배경이 주로 밤의 풍경이기도 하고요. 그 속에서 제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조화로운 톤들을 찾다 보니 보라색 계열의 색들을 자주 사용하게 되었어요.




, 전시, 앨범, 뮤직 비디오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해오셨는데요. 어떤 장르가 가장  맞는다고 생각하시나요?

 

전시는 온전히 제 개인적인 생각을 담는 작업이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고, 앨범이나 뮤직비디오 작업은 큰 스토리를 여러 그림으로 연결하고 움직임을 줌으로써 더 큰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이었어요. 모든 작업이 제 그림을 바탕으로 만들어지지만 다양한 장르가 지닌 특성이 조금씩 다 달라서 모두 흥미로웠어요.

 

문예지 <구남> 표지에도 그림을 싣고 인터뷰도 진행하셨는데, 해당 작업 관련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요?

 

구남장의 <무기한 전시회>에 제 그림을 전시하면서 인연이 닿게 되었어요. 구남장은 오래된 남쪽이란 뜻을 지닌 이웃과 창작자에게 쉼과 숨이 되었으면 하는 공간으로, 다양한 모임을 통해 서로의 일상을 나누는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이에요. 올해 문예지를 발간하게 되면서 구남39호 작업을 함께 진행하게 됐는데, 2020년에 처음으로 작업했던 그림으로 표지를 장식하게 되어 더 큰 의미가 있었어요.



 

몽환적이고 판타지스러운 작품이 많으신데요, 특별히 영향 받은 아티스트가 있나요?

 

너무나도 동경하는 아티스트가 많지만 프리다 칼로, 마츠모토 시오리, 뭉크, 샤갈의 작업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요. 특히 프리다 칼로의 영화를 보며 자신의 아픔과 고통을 그림으로 표출해내는 그 폭발적인 힘이 너무나 강렬하게 와 닿아 마음에 깊이 새겨 놓고 있어요.

 

어떤 미술 관련 교육을 받으셨나요?

 

어릴 적 좋은 인연으로 흥미로운 창작 학원을 다녔어요. 얼굴 석고를 뜨고 찰흙으로 조각상을 만드는 등 다양한 재료들을 이용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고 실험적인 미술 작업을 많이 했어요. 난생처음 코에 빨대를 꽂고 차가운 물체가 얼굴에 닿았던 그 촉감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요. 흥미로운 작업이 무궁무진하다는 걸 몸소 체험한 거죠.

 

미대 진학을 위해 입시 미술을 하면서 패턴화된 그림을 공부하게 됐지만 그때 기본적인 그림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향상됐어요. 대학에 들어와서 관심 있던 그림 분야에 대해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고, 잘 몰랐던 영상 분야나 타이포그래피 등에 대해서도 얕게나마 배우게 되면서 지금까지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미대 진학에는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미대에 진학하면 그림과 관련된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교육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어떤 정형화된 패턴에 익숙해져 새로운 시도에 대해 선입견이 생기거나 사고의 막힘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시각디자인과였는데, 비슷한 관심사를 지닌 친구들을 만나 다양한 생각과 작업물을 공유하고, 많은 자극을 받고 더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어린 시절엔 어떤 아이였는지 들려주세요.

 

상당히 내성적이고 소심한, 평범한 아이였어요. 자라나면서 조금씩 저만의 사고와 생각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제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터득해갔죠.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들을 종이에 끄적거리며 스스로와의 시간을 많이 보내며 자라왔어요.

 

그리고 싶은  그릴 때와 요청 받은  그릴  가장  차이점이 있다면요?

 

개인 작업을 할 때는 자유롭게 의식의 흐름대로,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즐거움과 희열이 더 크죠. 처음의 의도와는 다른 그림으로 진행되어 더 만족스러운 작품이 나올 때도 있고, 작업 중간에 마음에 들지 않아 몇 달 동안이나 멈춰버린 그림들도 있죠.

 

다양한 매체에 일한 작업물들을 보고 연락이 오거나 함께 작업했던 관계자분들의 소개로 일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일적으로 작업을 할 때는 아무래도 클라이언트의 요청 사항에 최대한 맞춰 진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표현해야 서로가 만족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두고 작업을 합니다.

 

프리랜서로서 일하는 게 아무래도 작업 환경이나 시간, 방식 등의 제약이 없다는 점이 가장 편한 장점인 동시에 고정된 일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불안한 요소랍니다. 그런 불안함을 안고 갈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된다면 프리랜서로서 내 시간을 온전히, 내가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될 거예요.



 

국내 일러스트나 디자인 업계에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을 텐데요.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일을 의뢰하는 클라이언트들은 대체로 작업의 진행 방식이나 작업 시간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잘 모르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무리한 작업량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디자인 회사를 다녔을 때도 그랬고요. 어쩔 수 없이 잦은 야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죠.

 

또 모작과 표절이 별다른 죄의식 없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을 수 있어요. 하나의 그림 안에는 작가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기까지의 수많은 시도와 노력이 담겨져 있는데, 그를 단순히 하나의 그림으로만 바라보는 시선들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져요.




인스타그램  소셜 미디어가 평소 우리가 접하는 예술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평소 쉽게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범위의 예술 활동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어, 예술이라는 높고 어려운 벽이 점점 허물어져 더 깊은 이해와 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한국 그림 작가들이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 해야  일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자신만의 색을 지니는 것. 그 색을 가장 본인다운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창작에,  자신에 온전히 집중할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있을까요?

 

그리고 있는 그림 풍경 속에 내가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작업을 진행해요. 그림 속의 온도와 빛, 바람을 느끼며 작업을 이어나가요.




관람한 전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가 있다면요?

 

알폰스 무하의 전시를 보고 정말 한없이 감탄을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워서 잠시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황홀함을 경험했어요.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특별한 시간과 공간, 방법이 있다면요?

 

가장 편안한 장소에서 좋아하는 음악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있다면 충분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아트텀스 매거진 독자들에게  말씀 부탁드려요.

 

제 인터뷰를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우리 모두 늘 불안하고 흔들리는 존재이지만 스스로가 주인공인 삶을 살도록 차근차근히 본인만의 것을 쌓아보아요!


Prev [SHOWS] Fred Wilson: Glass Works 2009 – 2018 @ Pace Gallery, Seoul
Next [NEWS] Attractive Art Gallery in Manhattan: David Benrimon Fine Art
  List